2020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스릴러 영화 콜은 시공간을 초월한 전화 한 통으로 연결된 두 여성의 숨 막히는 심리전을 그린 작품이다.
타임루프 스릴러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큼 정교한 구성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선 심리적 긴장감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특히 전종서가 연기한 영숙 캐릭터의 광기 어린 에너지는 그야말로 미쳤다 싶을 정도로 강렬해서,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다.
콜은 과거를 바꾸면 현재는 어떻게 변할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하지만, 그 답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며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영화는 시공간의 논리를 철저히 뒤틀되, 허술함 없이 단단한 서사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극찬받을 만하다.
전화 한 통이라는 소품 하나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는 방식도 신선했고, 그 안에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인간 관계와 감정의 균열이 심리적으로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인상 깊었던 건, 일반적인 타임슬립물처럼 과거를 바꾸면 해피엔딩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과거를 건드리는 순간 예측할 수 없는 파멸이 시작되며,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공포가 압도적인 에너지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피해자처럼 보이던 인물이 가해자로 바뀌고, 믿고 의지하던 관계가 한순간에 뒤틀리며, 영화는 끊임없이 관객의 기대를 배반한다.
나 역시 콜을 처음 봤을 때 그 결말에 충격을 받았다.
이게 진짜 끝일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여운이 길게 남았고,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추가 장면에서 전종서의 존재감이 다시 한 번 치고 들어오면서, 이 영화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일종의 운명론적 악몽처럼 느껴졌다. 결말 해석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건 단순한 타임루프의 무서움이 아니라, '시간을 조작하고자 하는 인간의 오만'이 어떤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였다고 느꼈다.
결국 콜은 한국형 타임루프 스릴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다. 전종서의 광기 어린 연기와 박신혜의 절박한 감정 연기, 그리고 연출의 탄탄함이 어우러져 장르영화 그 이상의 힘을 보여줬다.
콜(The Call, 2020) 결말 해석? 타임루프 스릴러의 끝판왕, 전종서 광기 연기 미쳤다!’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 시간의 교차로에서 마주친 두 인물
줄거리는 현재(2019년)에 사는 서연이 우연히 오래된 집으로 이사 온 뒤, 집 안에서 낡은 전화기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어느 날 전화벨이 울리고,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1999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여성, 영숙의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둘은 곧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통화를 통해 점점 가까워진다.
영숙은 어린 시절부터 학대에 시달렸고, 서연은 어릴 적 어머니를 병으로 잃은 트라우마가 있다. 서연은 자신의 과거를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영숙은 그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현재의 정보를 얻어간다.
하지만 점차 영숙의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과거 변경’은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된다.
과거에서 벌어진 영숙의 살인은 현재의 현실을 바꾸기 시작하고, 서연은 점차 자신의 삶이 붕괴되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서로에게 의존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곧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으로 번지며, 영화는 시간이라는 비가역적 요소를 극한까지 활용한 스릴러로 돌변한다.
출연 배우 -
박신혜 - ‘서연’ 역
박신혜는 정적인 듯하지만 복합적인 감정선을 가진 서연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처음엔 과거를 바꾸고자 하는 피해자로 시작하지만, 점차 절박함 속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강인한 여성으로 변화한다. 그녀의 감정선은 극 중 현재와 변화된 현실을 오가는 혼란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관객을 몰입시키는 큰 축이 된다.
전종서 - ‘영숙’ 역
전종서는 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존재감이다.
순수하고 연약한 모습에서 서서히 광기 어린 살인마로 변모하는 영숙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관객에게 압도적인 공포감을 안긴다. 특히 전화기 너머에서 오가는 감정 연기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악의 존재로서의 기묘함은 이 영화의 가장 인상 깊은 포인트 중 하나다.
김성령, 이엘, 박호산, 오정세
조연진 역시 탄탄하다. 서연의 엄마로 등장한 김성령은 감정의 중심을 잡아주는 연기를 선보였으며, 영숙의 양엄마 역의 이엘은 짧은 등장임에도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호산과 오정세 역시 각각 현재와 과거의 키 캐릭터로서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관전 포인트 - 스릴러 그 이상의 심리 게임
✔ 타임 패러독스와 현실의 붕괴
콜은 단순히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거를 고치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음을 드러내며, 무분별한 욕망이 현실을 얼마나 왜곡시킬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시간여행이라는 장치를 스릴러의 틀 안에서 풀어낸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 여성 중심 심리 스릴러
남성 중심의 연쇄살인이나 수사물이 주류였던 스릴러 장르에서, 콜은 여성 캐릭터 두 명의 관계와 심리 변화만으로도 극의 텐션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립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권력 관계가 뒤집히고 교차하는 과정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이는 단순한 장르적 쾌감 이상의 서사를 제공한다.
✔ 시청자의 머릿속을 파고드는 반전 엔딩
영화는 마지막까지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다. 엔딩 크레딧이 다 끝나기 직전, 추가로 삽입된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해석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복선을 담고 있다. 전종서가 연기한 영숙의 존재는 단순히 한 시대의 인물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흔드는 ‘변수’로 자리 잡는다. 덕분에 영화는 다 보고 나서도 곱씹게 되는 여운을 남긴다.
한국형 심리 스릴러의 진화를 볼 수 있다.
콜은 한국 영화계에서 흔치 않은 시도였다. 단순한 타임슬립이 아닌, 감정과 현실, 그리고 존재 자체를 뒤흔드는 심리적 타임루프를 그려냈다.
특히 전종서의 연기 변신과 박신혜의 안정적인 감정 연기, 치밀한 연출이 결합되어 장르 영화로서도, 심리극으로서도 완성도가 매우 높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바뀐다. 하지만 그 변화는 항상 원하는 방향일까?
콜은 이 단순한 질문을 바탕으로, 관객에게 선택과 책임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남긴다.
만약 당신의 전화기가 울린다면, 수화기를 들 용기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