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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둑(2014) 해석: 슬픔이 만든 괴물, 이 공포영화가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

by koala lee 2025. 8. 3.

공포영화의 틀을 완전히 비튼 심리호러의 수작, 바바둑 (The Babadook, 2014)은 단순한 괴물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애도, 우울, 트라우마라는 깊은 주제가 자리잡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제니퍼 켄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영화 팬들과 평단을 놀라게 했다.

 

‘괴물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는 주제를 기반으로, 공포의 실체가 외부가 아닌 내면에 있다는 사실을 천천히, 그러나 무섭게 들춰낸다. 그리고 그 내면은 한 여성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오래 눌러온 슬픔과 분노, 상실의 그림자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인상적이다. ‘괴물은 누구인가’, ‘진짜 무서운 건 무엇인가’. 바바둑은 이에 대해 소리 지르지 않고, 낮고 불편한 울림으로 답한다.

 

괴물은 언제나 문 밖이 아니라, 마음 속에 있었다는 것.

 

“바바둑(2014) 해석: 슬픔이 만든 괴물, 이 공포영화가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라는 문장이 붙는 이유는, 단순한 오컬트 호러가 아니라 감정을 시각화하고, 상실을 직면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단지 무서운 영화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가르는 감정의 심연을 마주하게 만드는 감정 드라마로서

 

바바둑은 지금도 공포영화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남아 있다.

 

줄거리 - 그림책 속 괴물, 현실로 나오다

주인공 아멜리아(에시 데이비스)는 일곱 살 아들 새뮤얼(노아 와이즈먼)과 단둘이 살아간다.

남편은 새뮤얼이 태어나는 날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아멜리아는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겹게 일상을 버티고 있다.

새뮤얼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과민한 성향을 보이며, 학교와 또래 아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점점 통제 불가능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정체불명의 그림책 『미스터 바바둑(Mister Babadook)』이 발견된다. 검은 실루엣의 남성이 등장하는 이 책은 점점 잔혹한 내용을 담아가며 읽는 이를 불안에 빠뜨린다. 새뮤얼은 바바둑이라는 괴물이 자신과 엄마를 노리고 있다고 믿고, 아멜리아는 처음엔 이를 단순한 상상으로 치부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현상이 집 안에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문이 혼자 열리고, 검은 그림자가 보이고,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멜리아는 점점 잠을 자지 못한 채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고, 결국 그녀 스스로가 바바둑의 기운에 잠식되어 간다. 영화는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상실과 억눌린 감정이 만들어낸 ‘내면의 괴물’임을 암시한다.

 

결국 아멜리아는 극한의 감정 속에서 바바둑과 직면하고, 마침내 그 존재를 인정하고 마주함으로써 괴물과의 공존을 시작하게 된다. 바바둑은 더 이상 떠나지 않지만, 그녀는 이제 그것을 지하실에 가둬두고 통제하며 살아간다.

 

출현 배우 - 감정을 연기한 이들의 놀라운 몰입력

에시 데이비스 (Essie Davis) – 아멜리아 역

영화의 감정적 무게 대부분을 짊어진 배우가 바로 에시 데이비스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슬픔과 육아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속에서 무너져가는 여성의 모습을 놀라운 리얼리티로 표현해낸다.

겉으로는 정숙하고 조용한 모습이지만, 내부에 응축된 분노와 슬픔이 점점 분출되는 과정은 그녀의 표정, 눈빛,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극 중 후반부에서 바바둑에 잠식된 듯한 모습은 그야말로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에시 데이비스는 이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평단에서는 "공포영화 역사상 가장 강렬한 여성 연기 중 하나"라고 평하기도 했다.

 

노아 와이즈먼 (Noah Wiseman) – 새뮤얼 역

놀랍게도 영화 당시 고작 6살이었던 노아 와이즈먼은 단순한 아역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연기를 보여준다.

 

과잉행동을 보이며 공포에 질린 눈빛을 유지하거나, 엄마를 지키려는 의지, 애정과 두려움이 뒤섞인 복합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유지한다. 실제 촬영 시 제니퍼 켄트 감독은 공포 장면들을 노아에게 전면적으로 알리지 않았고, 보호하며 연기를 유도했다고 한다.

 

이 모자의 연기가 리얼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단순한 설정이 아닌 ‘슬픔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는 현실적인 심리를 기반으로 연기되었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 - 공포를 넘어선 애도와 회복의 은유

《바바둑》은 단순히 ‘무서운 괴물’이 등장하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공포는 ‘보이지 않는 감정’에서 온다.

 

즉, 바바둑은 실제 괴물이 아닌, 아멜리아가 억누른 감정과 상실의 은유로서 기능한다.

 

✔ 감정의 시각화

검은 코트에 중절모를 쓴 바바둑은 고전적인 괴물의 형상을 띠지만, 그의 존재는 실체가 없고 해석이 가능하다. 관객에 따라 바바둑은 슬픔, 죄책감, 우울, 혹은 육아 스트레스를 상징하는 ‘감정의 형상’으로 보일 수 있다.

 

✔ 그림책이라는 장치

영화 속 미스터 바바둑은 현실과 상상을 이어주는 핵심 장치다. 아날로그 방식의 종이책은 영상으로 전달할 수 없는 섬뜩함을 주며, 그 그림체와 타이포그래피는 어른조차 불안하게 만든다.

 

✔ 심리 호러의 미학

제니퍼 켄트 감독은 공포를 점프 스케어나 피로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함’, ‘정적’, ‘침묵’ 속에서 긴장감을 조율하며, 아멜리아의 심리 변화와 함께 관객의 불안도 점차 고조시킨다. 이는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 바바둑과의 공존이라는 결말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트라우마는 없앨 수 없지만,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는 있다는 것. 바바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다루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상징적 결말은 많은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당신 안의 ‘바바둑’은 어디에 있나요?

바바둑은 공포의 외피를 두른 심리 드라마다. ‘엄마’라는 이름 아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불편하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정말 괜찮은가요?”

 

“지하실에 묻어둔 감정은 없나요?”

 

괴물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 괴물이 사실 나 자신의 일부분이라는 걸 깨달을 때, 우리는 진짜 공포를 마주한다.

 

바바둑은 그런 의미에서 ‘한 번 보고 끝나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다시 꺼내보게 될 감정의 거울 같은 영화다.

 

당신 안의 바바둑은 오늘도 조용히 문을 두드리고 있을지 모른다.

 

바바둑(2014) 해석: 슬픔이 만든 괴물, 이 공포영화가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
바바둑(2014) 해석: 슬픔이 만든 괴물, 이 공포영화가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